국가인권위원회_[별별기자단 박서희] 영화 '어른이 되면'을 통해 들여다본 시설 속 장애인 인권 이야기
영화의 제목인 ‘어른이 되면’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인 혜정씨가 시설에 있을 때, 귀가 닳도록 들은 말입니다.
그녀가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주변에서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 지금은 안돼’하며 그녀를 저지시켰다고 합니다.
그때 그녀의 나이가 이미 성인을 훌쩍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녀는 자신이 이미 성인이 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시설 안에서 단절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시설이 사회로부터 ‘장애인’을 단절시키는 곳이라는 것을 분명히 나타냅니다.
입소할 때, 장애인 본인의 의지인지 타인에 의해 강제된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퇴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그곳이 인권이 보장되는 현장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으로서의 목소리를 찾아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탈시설화가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재 이 시점, 우리 사회에서는 탈시설화를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탈시설화가 이뤄지려면 주택 지원, 소득 지원, 활동 보조 지원뿐 아니라 심리 및 사회관계 지원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나 설치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환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탈시설화가 이뤄지려면, 사회적으로 탈시설화가 가능하게 구색을 갖춰야 합니다.
첫 번째, 사회는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막상 장애인이 시설에서 사회로 나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부족해 홀로서기가 힘들다면,
탈시설을 하는데 두려움을 가지는 장애인들이 많아 탈시설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탈시설화를 한 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탈시설화는 그저 장애인을 부랑인으로 전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합니다.
장애인 단체들은 "편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시설에 고립시키는 것은 인권 억압이며, 이들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지내는 게 편하지 않냐는 주장이 만발합니다.
이것은 장애인에 대해 실태에 대해 잘 알아보려 하지 않고, 장애에 대한 의식과 지식이 부족한 세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탈시설은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과 방법의 일종이지,
이것을 목표로 두면 단순히 탈시설을 하는 것이 중점이 되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탈시설 이후에 장애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어
시설 밖, 지역 내 거주서비스 다양화 등의 방안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